시로 배우는 한국어

윤동주의 시를 눈으로 읽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베껴 써 봅시다.

한국어능력 4급

츠르게네프의 언덕
 
나는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 …… 그 때 세 소년 거지가 나를 지나쳤다.
첫째 아이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, 바구니 속에는 사이다 병, 통조림 통, 쇳조각, 헌 양말짝 등 폐품이 가득하였다.
둘째 아이도 그러하였다.
셋째 아이도 그러하였다.
텁수룩한 머리털, 시커먼 얼굴에 눈물 고인 충혈된 눈, 색 잃어 푸르스름한 입술, 너덜너덜한 누더기 옷, 찢겨진 맨발.
아 ――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!
나는 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.
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. 두툼한 지갑, 시계, 손수건 …… 있을 것은 죄다 있었다.
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 줄 용기는 없었다. 손으로 만지작만지작거릴 뿐이었다.
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 하고 ""얘들아"" 불러보았다.
첫째 아이가 충혈된 눈으로 홀끔 돌려다 볼 뿐이었다.
둘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.
셋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.
그러고는 너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네끼리 소근소근 이야기하면서 고개로 넘어갔다.
언덕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.
짙어가는 황혼이 밀려들 뿐 ――

학습내용

    

<바실리 페로프(Vasily Perov), 트로이카, 물을 나르는 견습생들, 1866.>

 

 

차선의 선택

 

【N이나 AV】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할 수 없이 선택함을 나타내는 보조사이다.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면서도 마치 그것이 마음에 차지 않는 선택인 것처럼 표현하는 데 쓰기도 한다.

 

¶ 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 하고 "얘들아" 불러보았다./그것이나 가져라./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.

 

★ 오마주(hommage):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이르는 용어이다. 

 

★ 이 시가 투르게네프 시인의 시 <거지>에 대한 오마주로 창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보자.

이 글을 새롭게 바꿔 써 봅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