동주문학회

윤동주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동아리입니다.

시사전

모바일에서 사진을 두손가락으로 확대/축소할 수 있습니다.
해 설

<잊지 않겠습니다>

 

내 달력에는 거의 날마다 어떤 이름과 사연이 적혀 있다. 생일, 기일, 누군가의 결혼식, 현충원에 시아버지를 모시면서 시어머니 묘를 개장하고 합장한 날, 딸 아이가 생리를 시작한 날까지…… 그러면 매일이 특별해진다. 그리고 누군가의 기일을 맞닥뜨리면 그 사람이 보고 싶다. 

안전하지 않은 나라에 태어나서 제 명에 못 죽은 아이들과 

이해 받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스승과

늙어가는 육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선현들

 

아들이 병역의 의무로 집을 떠나고 돌아올 기일이 정해져 있어도 어미 마음은 늘 아리다. 살아 다시 볼 수 없는 이별을 한 가족들에게는 사치스러운 감정일 터인데…… 그래서 불면하는 밤에는 기도를 하게 된다.

세상의 모든 모태와

그 모태에서 자라는 생명과

태어날 태어난 생명과

돌아가는 돌아간 생명을 위하여

소설가 박완서는 남편을 보내고 <아홉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>으로 추억했다. 사진과 옷가지만 덩그러니 남은 아이 방에 들어서는 마음은 언제나 애틋하다. 꼭 부산항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. 어느 항구에라도 돌아온다면…… 아직 지우지 못한 전화번호들이 있다. 전화를 걸면 그 부재가 확정될까 봐 차마 걸지도 못하면서. 아마 기억은 모태가 살아있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. 

 

김성숙(국문 87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