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로 배우는 한국어

윤동주의 시를 눈으로 읽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베껴 써 봅시다.

한국어능력 4급

한난계
 
싸늘한 대리석 기둥에 모가지를 비틀어 맨 한난계
문득 들여다볼 수 있는 운명을 가진, 오척 육촌의 허리 가는 수은주
마음은 유리관보다 맑소이다.
 
혈관이 단조로워 신경질인 여론동물
가끔 분수 같은 찬 침을 억지로 삼키기에
정력을 낭비합니다.
 
영하로 손가락질할 수돌네 방처럼 추운 겨울보다
해바라기가 만발할 팔월 교정이 이상(理想) 고픕니다
피 끓을 그 날이 ――
 
어제는 막 소낙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좋은 날씨올시다.
동저고리 바람에 언덕으로, 숲으로 가시구려 ―
이렇게 가만가만 혼자서 귓속 이야기를 하였습니다.
나는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――
 
나는 아마도 진실한 세기의 계절을 따라,
하늘만 보이는 울타리 안을 뛰쳐
역사 같은 포지션을 지켜야 봅니다.

학습내용

 대조적인 변화

 

【V1더니 V2】 과거에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일을 회상하면서 현재는 그와 대조되는 상황이 있음을 대조적으로 표현하는 연결 어미이다.

 

¶ 어제는 막 소낙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좋은 날씨올시다./어제는 기운이 없더니 오늘은 기운이 넘치는구나./전에는 며칠 밤을 새워도 괜찮더니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.

 

※ 시의 제목인 '한난계'는 차갑고 따뜻한 정도를 재는 '온도계'를 가리키는 북한말이다.

※ 척(尺) ≒ 30cm, 촌(寸) ≒ 3cm

 

★ 예상 독자: 작가가 글을 쓸 때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독자를 가리킨다. 모든 글에는 표면적인 독자와 이면적인 독자가 있다. 표면적인 독자란 작가가 글에서 대상으로 하는, 겉으로 드러나는 독자인 반면, 이면적인 독자는 쓰기 과제를 부여한 교사나 출판사 사장 등 과제 맥락에 숨어 있는 평가자를 가리킨다. 

 

★ 이 시에는 자신에게 귓속 이야기를 하는 4연만 모두 한글로 써 있고 나머지 연의 한자 단어는 모두 한자로 쓰여 있으며 마지막 행에는 '포지션(position)'이라는 영어 단어가 한글로 써 있다. 이러한 언어 사용을 분석해 볼 때 시인이 생각한 독자층이 누구일지 생각해 보자.

이 글을 새롭게 바꿔 써 봅시다.